
맥주 스타일에 대해 진지하게 학습해 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자료로
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 (약자 BJCP) Style Guideline 이 있습니다.
미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로 전세계에 존재하는 각국의 역사적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부터,
유의미한 최신 스타일까지 조사하여 가이드라인/목록화 시킨 자료입니다.
BJCP 스스로는 우리의 자료가 절대적인 데이터는 아니니 참고만 하라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맥주 업계에서는 꽤 공신력있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각종 맥주대회의 심사평가 상황 및 시상식에서도 BJCP 가이드라인 기준을 따르는 곳이 많고,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 때나 펍 등의 매장에서 맥주를 설명할 때도 BJCP 기준을 참고하여 다룹니다.
더불어 BJCP Judge 라는 자격증 체계도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냥 맥주를 학습하지 않고 목표(자격증)를 가지고 맥주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 빠르게 변하는 맥주 시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버전은 2021년에 나왔고, 그 이전 버전은 2015년, 그 이전은 2008년 버전으로 나왔습니다.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 내에서 사실 오래된 전통 맥주들은 업데이트 될 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미 나온 지 200-300년 된 영국의 포터(Porter)나 체코의 필스너(Pilsner)가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질 일은 없습니다.
사실상 업데이트에 대한 내용은 크래프트 맥주 측면으로 예상하고 살펴 볼 수가 있습니다.
새 버전과 구 버전의 사잇기간 동안에,
1. 맥주 시장에서 수 많은 양조장들이 새롭게 만들고 적용해서 가이드화가 필요한 스타일
2. 잊혀진 전통 맥주가 갑자기 시장에서 부활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구체화가 필요한 스타일
3. 이전 버전에서 너무 뭉뚱그려 목록화했기에, 더 세분화를 해도 될 만한 현재 시장에서 유의미한 스타일
1번 사례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맥주로는 Hazy IPA 가 됩니다. 2010년대 중반 이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현재는 부정할 수 없는 크래프트 맥주 IPA 세계의 스탠다드가 된 스타일입니다. 2010년대 중반에 크게 확장했기에,
2008년 BJCP 에는 언급이 불가능하며, 2015년 버전에서는 초창기에는 언급이 없다가 추후 업데이트,
2021년 BJCP 에서는 이미 시장에서 안착한 상황이라 정식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번 사례에 해당하는 스타일의 맥주는 Gose 입니다. 2008년과 2015년에는 정식 느낌이 아닌 Historical Beer 쪽에 묶여서
마치 "예전 독일에 Gose 라는 맥주가 있었는데, 지금도 독일 몇몇 지역에서는 소수로 만들어 지고 있단다.." 같은 느낌이었는데,
최근 10년 사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옛 유럽의 Sour & Wild 맥주에 대한 연구 및 복원이 활발해지면서,
수 많은 Gose 맥주들이 쏟아져나왔고, 심지어 한국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에서도 꽤 다뤄지는게 Gose 입니다.
그렇기에 2021년 BJCP 에서는 Historical Beer 가 아닌 정식 맥주 스타일로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3번 사례에 해당하는 변화는 아직은 크게 없지만, 이제 나올 최신 버전에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부재료나 과일이 들어가면 몽땅 다 Fruit Beer 나 Spiced Beer 에 집어 넣어버렸었는데 세분화가 될 것 같아 보입니다.
BJCP 의 업데이트 주기는 2008→2015→2021 이었으니, 대략 2027이나 2028에 새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2021~2027/8년 까지 맥주 시장에서 큰 획을 그은 or 세분화가 필요한 or 부활한 맥주 스타일들이 업데이트 될 텐데,
오늘 글의 주제는 내년 or 내후년 나올 BJCP 에 업데이트 될 만한 스타일을 한 번 예상해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견해 + 주변 BJCP 자격증 소지자의 견해 + AI 의 견해까지 종합하여 몇 가지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1. Hazy Pale Ale
Hazy IPA 가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등장하고 자리 잡은 것이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
여러 새로운 컨셉의 IPA 들이 Hazy IPA 를 넘기 위해 도전하였으나 유행이 지나자 사라져버렸고,
오히려 Hazy IPA 내에서 변화를 준 맥주들이 더 생명력이 길게 지속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Hazy Pale Ale 입니다. American IPA ↔ Hazy IPA 의 관계처럼 American Pale Ale 에 적용된 타입으로,
Hazy IPA 의 느낌을 살렸으나 그것 보다는 경량급으로 마실 수 있는 것이 Hazy Pale Ale 입니다.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라면 거의 다루는 Hazy IPA 를 체급만 다소 낮춰서 만들면 되는 개념이면서,
조금 더 대중적이고 초심자 지향적인 맥주라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꽤 널리 퍼진 타입입니다.
하지만 BJCP 2021년 버전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기에 American Pale Ale 에 묶여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AI 도, 주변 동료 BJCP 져지들도 Hazy Pale Ale 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을 거라 보았습니다.
긍정적인 측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이미 많이 보급 됨
부정적인 측면: 딱히 발견되지 않음
2. Italian Pilsner / West Coast Pilsner
크래프트 필스너 라거의 대표적인 상품들인 '이탈리안 필스너' 나 '웨스트 코스트 필스너' 도 후보입니다.
기존 BJCP 가이드의 필스너 라거는 독일, 체코 스타일로 양분되는 경향이 오래 지속되었으나,
20년대에 들어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필스너라지만 기성 대기업 필스너들은 홉의 느낌도 적고
대중적임만 지향하는 '페일 라거' 화 된 제품들이 많았기에, 이에 확실히 대비되는 필스너를 만들었습니다.
웨스트 코스트 필스너는 독일/체코 필스너와 달리 미국 신식 홉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풍미가 다르다는 게 차별점이나,
정식 스타일로 등재될 만큼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스타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
이탈리안 필스너는 구대륙 필스너에 드라이홉핑을 감행한 필스너 강화판이라는 차별점이 있지만,
BJCP2021년 버전에 New Zealand Pilsner 가 들어간 것 처럼 부록의 Local 스타일로 들어가지 않을까 전망입니다.
AI 가 몇 번을 돌려도 이쪽을 계속 언급하길래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긴가민가합니다.
긍정적인 측면: BJCP 가이드라인이 현재 크래프트 라거 시장의 세분화를 반영하지 못했음.
부정적인 측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눈에 띄는 폭발적 확장력이라 보기 어려웠음.

3. Pastry Stout
맥주를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그리고 BJCP 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있는 지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Pastry Stout 입니다.
패스트리 스타우트는 고도수 스타우트인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기반으로 여러 부재료들을 넣어 만든 타입입니다.
즉, 맥주의 디저트화를 실현한 맥주가 패스트리 스타우트로 역시나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양조장들이 만들어내는 타입입니다.
전통적으로 BJCP 는 이렇게 부재료가 잔뜩 첨가된 맥주들은 모두 Spiced Beer 카테고리에 넣어버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과일이 첨가되는 맥주들은 Fruit Beer 에 넣어버리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Pastry Stout 나 스무디 스타일의 맥주들이 시장에서 개체 수도 많고 유행하는 타입임을 부정할 수 없으니,
그래서 이들을 특별히 Spiced Beer 나 Fruit Beer 에서 독립시켜 하나의 가이드를 만들 것인가? 에 대한 부분으로,
여기서 이제 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가치관이나 경향 등이 나오게 됩니다.
"상품도 많고 시장에 한 획을 그었으니 평가를 위해, 정규화를 위해 넣어야 한다" 라는 주장과
반대 의견으로는
"어디 맥주 같지도 않은 부재료 떡칠 맥주를!" 이나, "그러면 부재료 맥주의 선배 격인 펌킨, 크리스마스는?" 같은
맥주의 본질 중시, 부재료 첨가 맥주에 대한 거부감, 다른 부재료 맥주들과의 형평성 등등을 언급하는 주장입니다.
BJCP 가이드 목차 기준에서는 사실상 대분류 27번까지가 정식으로 공인된 독립된 맥주 스타일의 느낌이고,
28번부터 Appendix 까지는 아직 세분화가 애매해서 한 곳에 묶어 놓은 or 개체 수가 적은 타입들의 모음 같은데,
과연 Pastry Stout 가 독립 및 승격하여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해집니다.
AI 는 질문 돌릴 때 마다 Pastry Stout 를 언급하지만, 개인 예상으로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측면: 부정할 수 없는 시장에서 유행하고 개체 수도 많은 타입. Young 맥덕들의 지지
부정적인 측면: Old 맥덕 및 맥주 근본주의자들의 불호, 형평성, 부재료 맥주를 분류하는 BJCP 성향

4. Mexican Style Lager / Japanese Rice Lager
예전 같았으면 멕시칸 스타일 라거는 코로나(Corona), 모델로(Modelo)와 같은 느낌으로,
일본 스타일 라거라면 아사히나 삿포로 쯤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으나,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크래프트 맥주 계에서 진화시킨 라거들이 멕시칸/일본 스타일 라거들입니다.
멕시칸 스타일은 기존의 옥수수 전분을 넣는 라거에 라임이나 약간의 소금을 첨가하는 경향이 있고,
양조장에 따라 밝은색 라거이거나, 비엔나 스타일을 계승한 엠버 라거 쪽에 가깝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일본 스타일의 라거는 쌀을 사용하여 더 맥주를 가볍고 깔끔하게 만들며,
전통 유럽 홉으로 맛과 향을 내기도 하지만, 소라치 에이스와 같은 일본 기원 품종의 홉으로 맛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BJCP 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히스패닉 사회와 이에 따라 퍼져있는 멕시칸 F&B 시장은 무시할 수 없으며,
멕시칸 스타일의 라거를 대기업 제품인 코로나/모델로와 차별점을 두며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만들기 시작합니다.
일본식 라이스 라거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맥주 자체로는 엄청 새로울 요소는 딱히 없고, BJCP 내에서 세분화가 되어있지 않았던 타입일 뿐으로,
개인적인 견해로는 정식 스타일화 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지 않나 보지만, BJCP2021 의 경향을 볼 때
브라질 스타일, 이태리 스타일, 뉴질랜드 스타일의 Appendix Local Style 에 대한 확장을 해 나가기 때문에
여기에 Mexican Style Lager 와 Japanese Rice Lager 가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와 몇몇 맥주 심사/평가자들이 이쪽을 언급해주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 대중성으로 무장하여 확장세가 꽤 괜찮은 스타일. 라거의 세분화
부정적인 측면: Appendix Local 에 머물 가능성, 맥주 풍미적으로 엄청난 차별성이 있지는 않음

5. Triple IPA / Hazy Double IPA
지금까지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서는 IPA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8.0% 이든, 13.0% 이든 차별 없이
모두 Double IPA 의 깃발 아래에 분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시장에서는 수많은 양조장들이
"우리 맥주는 Double IPA 라고 하기에는 더 파괴적이고 홉의 풍미가 강해" 라는 의지를 담아
Triple IPA 라는 명칭을 꽤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Quad IPA 라며 내놓는 것들도 있습니다.
West Coast 기반이건, Hazy 기반이건 크래프트 맥주 시장 내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개념이고,
생산자부터 판매자, 소비자까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공감도 가는 부분이 많고요.
다만 BJCP 스타일 가이드 라인에서 초고도수/초고풍미 IPA 에 대한 세분화를 진행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8~10%, IBU 80~100 까지가 Double IPA 의 영역이며, 10% 이상 및 IBU 100 이상은 Triple IPA 임" 과 같이 말입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Triple IPA 보다는 Hazy Double IPA 를 먼저 신설하는게 더 급선무 아니냐? 라고도 했습니다.
기존의 Double IPA 는 West Coast IPA 의 Double 이라 IBU 가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있지만
Hazy Double 은 체급이 올라가도 IBU 가 그리 높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아무튼 새로운 맥주 스타일의 생성은 기성 맥주 시장보다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그런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상징과 같은 스타일이 IPA 라, IPA 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BJCP 가이드도 그 변화를 맞춰 나가야 하겠죠. 심사를 하려는데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안되니.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는 BJCP 가이드 라인에서 독립적인 스타일로 나오든 혹은 Specialty IPA 에 등재될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측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 이미 널리 퍼져있는 개념, 많은 상업 제품 수
부정적인 측면: 정식 스타일로 독립할 것인가 or Specialty IPA 로 머물 것인가.
6. 유의미한 언급들
앞서 언급된 맥주들보다는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맥주 스타일들입니다.
한 때 반짝했다가 사라진 컨셉의 맥주들이라던가, 정식 스타일화 되기에는 독립적인 상징성이 적거나,
아니면 시장에 상품 및 개체 수가 적거나 등등 여러 이유로 인해서 어려울 것 같은 녀석들입니다.
대표적으로 Cold IPA , Belgian Rouge, Franconian Rotbier, Belgian Stout, Pacific Ale, Bernstein Weizen 등등입니다.
제가 6~7년의 BJCP 업데이트 주기를 보고 2027년 or 2028 년 새 버전이 나올 것이라고 상정하고 글을 썼지만,
오히려 늦어져 2030년에야 새로운 버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3년 사이에 새로운 맥주가 시장에서 정점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기원인 미국 맥주 시장이 상당히 하락세에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술 기피 현상으로 맥주 소비량도 각국에서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을 Hazy IPA 이후 10년 동안 공백인 새로운 스타 맥주 스타일의 탄생에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시간은 흐를 것이고 새로운 가이드도 머지 않아 나올 것은 확실합니다.
몇 년 후, 새 버전이 나왔을 때 이 글에서 예상한 것이 얼마나 맞아 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일 것 같습니다.
해당 글을 읽고 본인이 생각하는 신규 BJCP 에 등록될 만한 스타일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